낙도(落島)
나현수
어느 날은 섬으로 떠나고 싶습니다.
누구의 접근도 거부하는 낙도(落島)
그 속에서 고독이 아닌
풍요로 빛나게 될 시간
나와 또 다른 나만이 있어
나에게 끝없이 질문하는 것으로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 수다의 시간들
아아, 그대여 부디
내가 그곳에 있는 시간의 의미를
당신의 잣대로 부여치 말아주세요.
만약 내가 섬으로 들어간다면
나와 연결된 다리를 끊고
취항하는 배를 멈추어
나를 둘러 싼 슬픔이 가실 때까지
썰물의 그 때를 기다려 주세요.
그러나 기다림이 힘들어
나에게 오는 길을 억지로 열려 한다면
슬픔이 채 가시지 않은 악취가 쌓인
죽어 있는 갯벌만 보게 될 것입니다.
때때로 우리의 사랑을 위해서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누구도 다가오지 못 할
인적 없는 낙도(落島)
어느 이의 허락도 필요치 않는
그 풍요의 공간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