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꽃다리
조소영
꽃이여, 땅속 도토리도 우쭐우쭐 헤집고 나오는 사월은 물오른 처녀 가슴, 떨리는 꽃술이 콩닥 인다
하품 몰려오는 식곤증 오후, 놀러 나온 공원의 나무들 햇살과 줄넘기하다가 푸른 심장에 안겨 연보라 아기별 꿈을 키운다
한가로이 졸고 있던 옆 벤치도 깊은 향이 내려와 앉았다
별똥별이 야앵 꽃비처럼 허공에 자리 잡은 듯, 판타지 별 무리 꽃 반짝
단비 맞고 기지개를 활짝
내 어릴 적 묵은 밭 높은 곳에 매어 둔 꿈,
수수 닮은 꽃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