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나현수
당신께 드렸던 사랑의 크기보다
되돌아오는 사랑의 크기가 작아
내가 점점 야위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유는 많았다
가진 거 없는 재산과 부족한 외모
재미없는 말주변과 너절한 옷차림
견주면 견줄수록 이유는 찾을 수 있었다.
당신이 나를 선택한 이유가 흥미일 거라
아니면 중대한 실수일 거라 생각하며
당신이 나를 버리기 전
내가 당신을 놓아주려 약속을 잡는다.
조용한 카페
파리하게 지친 사람이 앉아 있다
나보다 더 야위어 보이는 사람
차창으로 그 사람이 보이자
울음이 그치질 않는다.
당신의 사랑은 죄가 없다
받아들일 땅이 비좁아 사랑을 흘려버린
그마저 듬성듬성한 틈 사이로 새게 한
비루한 나의 열등감이 유죄였을 뿐.
차 문을 열고 카페로 들어선다
퉁퉁 부은 눈으로 당신의 눈을 바라본다
당신 눈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고 있다
이날이 내 모습을 온전히 마주한
첫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