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나무의 변辯
조소영
나는, 구속 없이 얽매이지 않고
욕심 없이 자유롭게 크는
그저 넉넉한 그늘이고 싶었다
어느 날 속절없이 잘려 나간
아쉬움은 간절함이 되고 애틋한
그리움이 되어 드리는 기도
엊그제 주워 올린 가을, 책갈피 속
낙엽 따라 이곳 나지막이 자리한
고향으로 돌아온 가장자리 그늘 아래
소박한 밀차(밀+車) 같은 아담한 벤치,
이곳을 지나는 지친 새들의 안식처이며
허리 굽어 기다리는 휴식처럼
나는, 그저 넉넉한 그늘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