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을 통해
원의 시(나현수)
나에게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적지 않은 만남 안에서
처음에는 하나하나의 추억을 기리며
헤어짐을 쌓아갔다.
그러나 아쉬움을 남겼던 인연이
다시 돌아오는 일은 없었고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는 순환에
기대는 점차 무디어갔다.
단단한 아스팔트가 한 겹 두 겹
마음을 덮어가고 있었다.
만나는 그들에게 감전되지 않고
답 없는 공허함을 채우지 않아도 되는.
그런데 오늘 폭우가 내린다.
떠난 이들이 남긴 잔여물은
남아 있는 흙길 안으로 스미어
후회도 미련도 사랑도 아닌
엉키어 희석된 무엇이 된다.
그 무엇은 점차 썩어
온기를 키우는 부식토가 되고
온기를 받아 발아한 감정이
아스팔트를 안에서부터 부수어
점점 자라는 것이었다.
의미 없는 만남이라 생각한
떠난 이들이 남긴 흔적들이
새로운 인연을 꿈꿀 수 있게 하는
만남의 아이러니
헤어진 이들이 남기고 간
그 무엇이
길 위에서 다시 사람을 만나고
더 완숙한 마음으로 살 수 있도록
나를 지탱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