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잔소리
원의 시(나현수)
어머니의 “잘 챙겨 먹어라.” 하시는 말씀이
나에게는 듣기 싫은 잔소리였다.
알아서 잘 챙겨먹을 충분한 나이
그러나 걱정이 되시는 날에는
비닐봉투에 가득 음식을 담아
그것도 차도 없어 버스에 끙끙 실으시고
집에 도착해서는 문자 메시지로
“퇴근하고 바로 오렴, 집이다.” 하신다.
하필 그런 날이 회식과 겹치는 날에는
“어머니, 제발 오실 때는 말 좀 하고 오세요.”
하는 나의 투정이 끝나기가 무섭게
“엄마가 아들 집에 오는데 허락 받고 오냐!”
시며 언짢은 감정을 말하시지만
가져오신 음식을 숟가락 가득 퍼 내밀고는
“아들, 그래도 이것만 먹고 회식 가라.”시던
어여쁜 나의 어머니.
비닐봉투의 무게가 어머니의 무릎을 이겼을 때
“아들 엄마가 가야되는데, 미안하네.”하시며
서서히 오시는 횟수가 줄어들었을 그때에
나는 했어야 했다,
매일 닳아지도록 쓰던 휴대폰으로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되는
누르면 어머니가 환하게 웃으시며
‘아들 밥 챙겨 먹었어?’하실
그 흔한 전화 한통을.
어느날 싱크대 서랍장을 열자
흐뭇한 표정으로 음식을 담으시며
몇 번이고 반복해서 쓰다듬으셨을
어머니의 비닐봉투가 보였다.
그때부터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자주 열면 온기가 빠져나갈까봐
못 견디게 어머니가 보고 싶을 때에야
아주 조금 서랍장을 열어
“밥 잘 먹고 있어요.” 말하고
다시 조심히 닫는 습관이.
너무 많이 먹먹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