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원의 시(나현수)
오후부터 이어진 복통 때문에
응급실로 향했다.
원무과 수속을 밟고 들어선 그곳엔
같은 말을 반복하시는 할머니
흙투성이 작업복을 걸친 젊은이
칭얼거리는 젖먹이를 둘러맨 어머니
술에 취하신 듯 소리를 지르시는 아저씨
모두 같은 공간에서 씩씩대고 있었다.
침대에 걸터앉아 자리 한 칸 채운다.
그간에 딱딱해진 숨결이
다른 이들의 숨결과 서로 엉키는 기적.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거칠어진 잔등을 포근히 어루만져준다.
꾀병처럼 복통이 가신다.
아직 의사가 오기 전인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