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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의 집
원의 시(나현수)
깨어나길 기다리는 긴긴 어둠
한 겨울 겨울잠에 들었습니다.
빛을 기다리며 체온을 낮추고
꺼질 거 같은 심장을 위해
간간히 터져 나오는 날숨들
생명을 유지할 정도로 뛰는 고동이
삶을 겨우 잡아내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제게 내려 준 흰 밧줄
무저갱으로 내려 온 그 빛을
순간 온 생(生)을 다하여 움켜쥐었고
당신은 제가 떨어질세라
갓 태어난 아이를 안은 부모처럼
서서히 줄을 끌어당기십니다.
그러나 임이여,
지상에 비록 제가 닿더라도
오래 내려갔던 체온은 빙하처럼 단단해
혹여 당신을 애달프게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임이여,
당신의 난로에 저를 앉히고
얼어 있는 마음을 조금 더 기다려 주소서.
당신은 나의 집
하나뿐인 나의 집
봄이 떠나간 마음에 다시 꽃 피면
봄 향기 가득한 첫 결실을
당신 부엌에 두 손 모아
놓아 드릴 텝니다.
*무저갱 : 바닥이 없이 깊은 구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