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Big Bang) / 원의 시(나현수)
시간이 갈수록 내어주는 젊음
그와 함께 사그라지는 패기와 희망
빛은 점차 축소돼 결국 소멸되는
웃음, 떨림, 사랑….
어느 순간
내 안의 우주는 별이 뜨지 않는
짙은 어둠뿐.
간간히 태어난 빛들도
똬리 튼 블랙홀 속에서
종래에는 한 점이 된다.
모든 이가 나의 어둠에 질식되기 전
내 곁을 떠난다.
그러나 하나뿐인 존재
절망으로 가득 찬 이야기를 들어주고
데워진 손길로 나를 토닥여주어
맹렬한 더위를 안으로 불어넣는 이여.
그대로 인해
내 안의 우주가 밀도를 높히고 있다.
언제일지 모르는 긴긴 시간 후에
사라진 것들이 신성(晨星)처럼 모습을 드러낸다면
정말 그럴 수 있다면….
빅뱅(Big Bang)처럼 터지는 그 환희에
나는 어린 애처럼 목 놓아 울며
모든 빛을 당신께 받치리니.
*빅뱅(Big Bang): 100억 년 전에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는우주의 대폭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