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목의 봄 *
오백 년은 족히 된
고택을 병풍 삼아 살았다
시간에 닳은 관절은 삐거덕거리고
고즈넉한 고택과 같이 몸에 주름을 새기고
오래오래 살아남았다
낯익은 사람들 하나둘 떠나고
집주인도 곁을 떠났지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앙상한 우듬지 까치집 둥지
유일한 피붙이였다
밤새 불던 세찬 바람 탔이었을까
어느 날 아침
잔가지들이 잘려나가고
까치 식구도 떠났지만,
막연한 소망 하나 가슴에 새기며
그래도 봄을 기다렸다
어두운 귀를 열고
산허리를 지나 휘어진 황톳길 옆
평화로운 양들처럼
오는 봄의 숨소리를 듣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