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 원의 시(나현수)
풍경이 아름다운 해변은
눈부신 모래들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신발을 벗고 다가간 백사장은
강하게 거부하며
온몸으로 나를 밀쳐내었다.
안식을 찾고자 떠났던 여행지에서
다시 마주친 날선 경계심에
나는 신발 끈도 매지 못하고
황급히 그곳을 벗어나고 있었다.
어디쯤 걸어 왔을까?
매섭게 볼을 때리는 바람을 맞고
그제야 내가 디딘 곳이
또 다른 백사장 입구라는 걸 알아차렸다.
따끔거리는 통증이 밀려와 아래를 보니
신발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발은
군데군데 찢겨진 상처가 생겨 있었다.
백사장에 다시 들어가고 싶은 건 아니었다,
아마도 나를 밀쳐낼 것이 뻔했기에.
하지만 피투성이 발이 부끄러워
모래들 틈으로 다시 발을 감춘 것이었다.
왜일까?
포말처럼 부드럽게 변한 모래가 느껴진다.
나를 밀쳐내지 않고
찢겨져 작아진 발을 감싸며
고생했다고, 힘들었냐고 물어온다.
그들이 거부했던 건
오만하게 그들과 섞이려 했던 나였던가?
모래가 되기까지 수없이 작아지며
긴 세월 보냈던 그들에게
나는 얼마나 오만하였던가
참으로 얼마나 오만하였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