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봄 / 원의 시(나현수)
나의 겨울은 자초한 것이지만은
그대가 겪는 겨울은
그대의 잘못이 아닙니다.
무수한 잎들을 하나씩 떨구며
파리하게 꺼져가는 숨 잡고자
그대는 너무 많은 온기를
내게 주었습니다.
마지막 남은 잎도 떨어져
어느새 그대는 나목이 되었지만
봄이 한 발짝 옆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진 겨울의 찬바람을
나와 함께 맞고 섰습니다.
거칠어진 껍질은 딱딱해지고
이러다 고목(枯木) 될 그대를 보니
말라비틀어진 물관에 물기가 어립니다.
깊이 숨 쉬어 호흡하고
석상처럼 굳어 있던 가지를 뻗어
겨울을 떨치려 몸부림쳐봅니다.
기나긴 몸부림 끝에 잎이 핀다면
그래서 내게도 봄이 찾아온다면….
사랑하는 임이여.
그건 삶의 순리가 아닌
기적,
그대가 불러온 봄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