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최고관리자 24 614 2017.01.13 14:56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가능하다면 꽃밭이 있고,
가까운 거리에 숲이 있으면 좋겠어 
개울 물 소리 졸졸거리면 더 좋을 거야


 



잠 없는 나
당신 간지럽혀 깨워
아직 안개 걷히지 않은
아침 길 풀섶에 달린 이슬 담을 병 들고
산책해야지 삐걱거리는 허리 주욱 펴 보이며 
내가 당신 “하나 두울~” 체조시킬 거야


 



햇살이 조금 퍼지기 시작하겠지 
우리의 가는 머리카락이 은빛으로
반짝일 때 나는 당신의 이마에 오래
입맞춤하고 싶어 사람들이 봐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


 



아주 부드러운 죽으로
우리의 아침 식사를 준비할 거야 
이를테면 쇠고기 꼭꼭 다져넣고 파릇한
야채 띄워 야채죽으로 하지 깔깔한 입 안이
솜사탕 문 듯 할 거야 이 때 나직히 모짜르트를 울려 놓아야지


 



아주 연한 헤이즐럿을
내리고 꽃무늬 박힌 찻잔
두 개에 가득 담아 이제 잉크
냄새 나는 신문을 볼 거야 코에
걸린 안경 너머 당신의 눈빛을 읽겠지

눈을 감고 다가가야지
서툴지 않게 당신 코와 맞닿을 수 있어 
강아지처럼 부벼 볼 거야 그래 보고 싶었거든


 



해가 높이 오르고
창 깊숙이 들던 햇빛 물러 설 즈음 
당신의 무릎을 베고 오래오래 낮잠도 자야지 
아이처럼 자장가도 부탁해 볼까

어쩌면 그 때는
창 밖의 많은 것들 
세상의 분주한 것들
우리를 닮아 아주 조용하고 아주 평화로울 거야


 


♣♣♣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당신의 굽은 등에 기대 울고 싶어
장작불 같던 가슴 그 불씨
사그러들게 하느라 참 힘들었노라 
이별이 무서워 사랑한다 말하지 못했노라 
사랑하기 너무 벅찬 그 때
나 왜 그렇게 어리석었을까 말할 거야


 



겨울엔 당신의
마른 가슴 덥힐 스웨터를 뜰 거야 
백화점에 가서 잿빛 모자 두 개 사서
하나씩 쓰고 강변 찻집으로 나가 볼 거야
눈이 내릴까...


 



봄엔 당신
연베이지빛 점퍼 입고 
나 목에 겨자빛 실크 스카프 메고 
이른 아침 조조 영화를 보러갈까?
"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같은.....


 



가을엔 희끗한 머리 곱게 빗고
헤이즐럿 보온병에 담아들고
낙엽 밟으러 가야지
저 벤치에 앉아 사진 한 번 찍을까
곱게 판넬하여 창가에 걸어두어야지
그리고 그리고 서점엘 가는 거야 
책을 한아름 사서 들고 서재로 가는 거야

 - 황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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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kklyh 2017.01.13 15:15

좋다아~~♡♡

레인향기 2017.01.13 15:23

사랑하기 너무 벅찬 그런사람이 되면 어떨까요?

GUEST13503 2017.01.13 17:05

너무좋다
감사합니다

GUEST4802 2017.01.13 19:38

정말 멋진 글 이네요

GUEST14465 2017.01.13 22:28

좋은 글 즐감 하고 갑니다

GUEST14459 2017.01.14 03:04

정말노나도그러고싶다

kim 영미 2017.01.14 05:15

이렇게 살고싶다~^^

임숙영 2017.01.14 08:48

멋져요

JENNY ZHU 2017.01.14 21:27

나도  그렇게 살고싶네요~~

박순복 2017.01.15 00:08

다짐이 2017.01.15 14:30

인생의 흐름속에 깊이 파묻혀버린 우리의 평온한 삶을 그려보고픈 글 속의 아쉬움 을 남기는것 갇읍니다

대게왕국《중매인27대게유통》 2017.01.16 15:52

멋지네요

대게왕국《중매인27대게유통》 2017.01.16 15:52

그렇게 살수만 있다면

늘내가슴속에있는당신 2017.01.21 08:12

내도그리살아도되나요

유니 2017.01.21 10:38

이렇게 살고싶은 사람있지않을까..차암 아름답다

푸른솔 2017.01.21 20:20

엇쑤 엇쑤 엇쑤이렇케 추임새가 ㅎ ㅎ ㅎ

김홍매 2017.01.22 07:57

나도 이렇게 살고싶네요.

영광부동산.대표 박호숙 2017.01.27 21:56

넘 감동 입니다

GUEST4295 2017.01.29 05:32

모습도 감성도  세월에
뺏기고 싶지 않은데...

전영신 2017.02.07 16:52

정말 그럴수있다면.....그러구싶다!

김수복0 2017.02.14 10:42

누가나와갓히갈사람찻고잇으요

GUEST46961 2017.02.21 23:45

정말 나도저렇게살고싶어라~

똑수 2017.03.01 07:14

나이듦에 와닿는 내용이네요!

이종훈0 2017.03.02 21:27

봄이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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