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의금 만삼천원

축의금 만삼천원

최고관리자 45 557 2017.01.13 19:14




[축의금 만삼천원]
 
10년 전 나의 결혼식 날이었다.
결혼식이 다 끝나도록 친구 형주가 보이지 않았다.

'이럴리가 없는데....정말 이럴 리가 없는데...' 
바로 그때 형주 아내가 토막 숨을 몰아쉬며 예식장 계단을 급히 올라왔다.
"고속도로가 너무 막혀서 여덟 시간이 넘게 걸렸어요. 어쩌나, 예식이 다 끝나버렸네..." 
 
숨을 몰아쉬는 친구 아내의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석민이 아빠는 못 왔어요. 죄송해요..
대신 석민이 아빠가 이 편지 전해드리라고 했어요." 
 
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다.
엄마의 낡은 외투를 뒤집어쓴 채 등 뒤의 아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
철환아, 형주다.
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사는 리어카 사과 장사이기에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굶어야 한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천원이다.
하지만 힘들다고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지랑이 몽기몽기 피어오르던 날,
흙 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
너와 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내겐 있으니까.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기쁘다. 
 
'철환이 장가간다...철환이 장가간다...너무 기쁘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를 들려 보낸다.
지난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 가서 먹어라. 
 
친구여, 오늘은 너의 날이다.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다.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해다오. 
♣♣♣
 

편지와 함께 들어있던 만원짜리 한 장과 천원짜리 세 장...
뇌성마비로 몸이 많이 불편한 형주가 거리에 서서 한겨울 추위와 바꾼 돈... 
 
나는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
"형주 이놈, 왜 사과를 보냈데요, 장사는 뭐로 하려고..."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새신랑이 눈물을 흘리면 안 되는데....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할텐데....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 형주가 마음 아파할까봐,
엄마 등 뒤에 잠든 아기가 마음 아파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 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나는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버렸다.  
 
사람들이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 가운데 서서...... 
 
 
형주는 지금 지방 읍내에서 서점을 하고 있다.
열 평도 안되는 조그마한 서점이지만,
가난한 집 아이들이 편히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나무의자가 여덟 개다. 
 
형주네 서점에서 내 책 저자 사인회를 하자고 했다.
버스를 타고 남으로 남으로 여덟 시간을 달렸다. 
 
정오부터 밤 9시까지 사인회는 아홉 시간이나 계속됐다.
사인을 받은 사람은 일곱 명이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친구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나는 마음으로만 이야기했다. 
 
 
"형주야, 나도 너처럼 감나무가 되고 싶었어.
 살며시 웃으며 담장 너머로 손을 내미는 사랑 많은 감나무가 되고 싶었어." 
 

​이철환 수필집, 「곰보빵」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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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이현재 2017.01.13 20:01

진정한 우정은 존재자체에 고마워하고  늘 관심가져주는것이라고 생각합니다

kklyh 2017.01.13 20:02

..😢😢😢

GUEST13626 2017.01.13 21:35

친구가 있다 친구는 나다 또 다른 나 친구는 정말 소중합니다.감사합니다.

미니정원 2017.01.13 21:40

동생

GUEST6917 2017.01.13 22:17

정말 가슴시리도록 눈물나는 글이네요?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다짐 실천 2017.01.13 22:24

아름 다운  우정 ~

이 경숙 2017.01.13 23:01

가슴찡한 글이네여
감사합니다

GUEST10079 2017.01.13 23:08

아름다운 글이고 가슴찡한 우정이 부럽네요 열심히 사랑하세요~^^

레인향기 2017.01.13 23:44

너무나 애절한 글입니다..

kim 영미 2017.01.14 04:50

짠한 얘기지만
친구땜에 행복하고
마음을 같이 할 수 있는
친구...부럽슴다^^

이장호 2017.01.14 07:31

이런친구가있다는건 행운이죠 ㅡ

강동혁 2017.01.14 08:46

참 많이 울었습니다 이런 감동의 글을 일고 나를 뒤돌아볼 수 있었다는 거에 감사합니다

성보경 2017.01.14 09:10

읽는사람도 감동적 이어서 눈물이 나네요
너무 가슴이 아파서 ᆢ

박명수 2017.01.14 10:28

눈물이앞을가리내요~  친구란 다시한번 소중함을찐하게 느껴지는시간이엿어요~ 가슴에오래오래간직할께요~~♡♡♡

김명선 2017.01.14 11:02

이런친구가진정한친구네요. 글을 읽다가나도모르게눈물이흐르네요.우정을 저버리지말고 끝까지 진정한친구갇ᆞ😀

김명선 2017.01.14 11:03

되어면 하네요😂

김정순 2017.01.14 11:05

정말소중한우정~부러우면서가슴이저려옴니다~~

GUEST14838 2017.01.14 11:20

감동받았어요
진정한 친구 한 사람만 있다면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겠지요
두 분 행복하세요

커피한잔의여유를 2017.01.14 11:27

친구의소중함 다시하번 생각나게하네요.

박동식 2017.01.14 13:33

고마운친구 그리고 감사를 아는친구 힘내자구요.

서안나 2017.01.14 14:06

친구의 우정에 눈시울이 붉어지네요~

GUEST14333 2017.01.14 16:08

아이고 참~

김윤조 2017.01.14 19:36

가슴찡하네요

GUEST14344 2017.01.14 19:50

정말좋은친구두셨네요그우정ㅌ
영원히변치마시길바랍니드

GUEST15112 2017.01.15 03:39

아름답습니다.

GUEST15112 2017.01.15 03:45

김윤조 김윤조 

GUEST1037 2017.01.15 06:33

친구가친구를 사랑하는 마음 넘 당연한것  같치만  두분의  우정 은 넘 순박합니다 가슴이 아려옵니다  누굴 사랑 한다는것은  가슴이 아린 일인가봅니다 

다짐이 2017.01.15 14:16

가슴이 저려오네여

GUEST14766 2017.01.15 15:33

당신은 행복한 사람

원영창 2017.01.1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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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한다는 것은]

용서 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랑은
용서하는 것이라 합니다... 

나를 해롭게 하는 사람을
용서하는 것만큼
참 된 사랑은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용서는
사랑의 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상대방으로부터
상처를 받았을 때 어떻게
보복할 것인가를 생각합니다... 

하지만 보복은
보복을 낳는 법입니다... 

확실히 상대방을 보복하는 방법은 
그를 용서하는 겁니다... 

한 사람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처지가 되어 살아 보아야 하고
그 사람의 마음 속 아니 꿈속에까지
들어 가봐야 할겁니다... 

우리는 늘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누군가로부터
상처를 받으며 살아갑니다...  

설령 상처를 받았다 할지라도
상대방의 실수를 용서해주세요... 

나도 남에게  상처를 줄 수 있으니까요... 
 
- 김용기

▣ 새로운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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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영창 배상

GUEST945 2017.01.16 18:30

가슴이 먹먹하네요 감동입니다~

장지무 2017.01.17 22:42

삶은 사람입니다

GUEST13241 2017.01.18 11:08

정말 슬프네요

GUEST10940 2017.01.18 15:34

소리내여  읽다가 가슴이 메여  쉰소리로 읽어 갑니다  진정으로  가슴이 메이는 사연 감사 합니다.

양희주 2017.01.21 19:40

눈문이나는군...

GUEST17048 2017.01.23 08:21

카톡

아시나요 2017.01.30 22:52

ㅠㅠᆢ감동이예요ᆢ

문인성 2017.02.07 17:51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가  감동사연이 모두에게 전해지길ᆞᆞᆞ

李敬子 2017.02.09 16:44

따뜻한 눈물을 훔쳐버렸네요.

GUEST41057 2017.02.14 08:39

눈물난다

GUEST53802 2017.02.20 15:07

나 눈물없는사람인데
눈물난다

GUEST46961 2017.02.21 23:23

정말 사랑이란 단어가 아럽답습니다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Lhk 2017.03.01 18:41

happy  together ~!

GUEST27942 2017.03.13 11:02

참조은우정다은우정이네요  조은글주셔서감동받아참가사해요두분힘너세요

박종배0 2017.04.14 10:13

눈물이 앞을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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