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또한 하나의 꽃임을 / 원의 시(나현수)
장미가 되기를 바라던 적이 있었다.
진한 향기의 그들을 선망하며
그들과 같은 형태가 되려 했었다.
벚꽃이 되기를 바라던 적이 있었다.
흐드러지게 피어 주위에 기쁨을 주다
사라지는 순간조차 꽃비로 기억되는 삶
뇌리로 기억되는 그들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바라던 향기도 형태도
내게는 없는 것
가지지 않은 것은 흉내로 그치고
점차 지쳐가는 상(狀)이 떠돈다.
다음은 무엇을 갈망해야 하나
심신을 어루만져 주는 라벤더
아픈 이를 치료하는 민들레
그것도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인가.
바깥에 머물던 마음이 지쳐
다시 씨앗으로 내게 돌아오던 날
그제야 처음으로 나를 보듬는다.
왜 나는 몰랐던가?
장미나 벚꽃이 아니래도 괜찮은
나 또한 꽃임을.
피는 시기는 중요하지 않았다.
형태와 향기 또한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나 또한 꽃이라는 것.
다른 이와 같은 향기를 낼 수 없는
같은 형태도 될 수 없는
나 또한 하나의 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