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에 멈추어 주세요 / 원의 시(나현수)
액셀의 세기를 스스로 조절하고
때론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흔한 사람입니다.
느린 속도에 답답해하거나
비난할 수 있는 자유는
물론 당신의 것이지만
노을이 지는 때에 차를 멈추고
내밀히 퍼지는 환희에 감사하는 일에
당신의 허락을 구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혹여 답답한 마음에
차선을 넘어오고 싶어도
거기에 멈추어 주세요.
각자에게는 나름의 속도가 있기에
사람입니다
자율주행 차라면 좋겠지만
나는 흔한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천천히 가고 싶다는 말에
묵묵히 자신의 속도를 늦추고
멈추어 섰을 때
다시 달릴 때까지 침묵해 준다면….
정녕 그때에는 바랄 것입니다,
당신과 함께 달릴 수 있는 이 길이
결코 끝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