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 원의 시(나현수)
마음속에는 저마다의 저울이 있어
kg단위에도 기울어지지 않는 사람이 있지만
미세한 중량에도 평형이 깨지는
섬세한 저울을 지닌 이들도 있다.
저울의 눈금 또한 항상성을 지니지 않아
비슷한 중량을 지닌 새로운 사건과
저울접시에 얹히는 빈도에 따라
각기 다른 지점을 가리키기도 한다.
평형으로 다시 되돌리기 위해
나름의 저울추를 달아보아도
다시 돌아오기까지의 시간을 장담할 수 없는
조절되지 않는 특성
그러니 누군가의 저울이 흔들리고 있다면
비록 티끌 같아 보이는 일이라도
속단하여 비웃지 않도록 하자.
단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눈빛의 무게라도 덜어주는 것
의심하고 조롱하는 눈빛의 무게를
그의 저울접시에 더 해주지 않는 일이다.
우리가 별것 아니라고 생각한 티끌도
팽팽한 그의 저울접시에 떨어질 때
결코 티끌만의 중량으로 계산되지는 않기에.
*항상성: 여러 가지 조건이 바뀌어도 친숙한 대상은 항상 같게 지각되는 현상.
지금 읽은 시를 유튜브에서
나현수 시인에게 직접 들어보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JkJqaD2jf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