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윤동주 시 모음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윤동주 시 모음

최고관리자 39 877 2017.03.30 04:14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윤동주 시 모음

어두운 밤하늘 
별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이 살며, 
대나무 같은 곧은 절개, 
암담하고 암울했던 일제강점기 시대에 
끝까지 저항하며
자기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겨레의 앞날을 괴로워했던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5편을 다시 한번 읽어 봅니다...




서시(序詩)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 시인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詩)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옥(玉) 
이런 이국소녀(異國少女)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北間島)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서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윤동주 / 시인




참회록(懺悔錄)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滿) 이십사년 일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윤동주 / 시인 (1942. 1. 24)




자화상(自畵像)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 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 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윤동주 / 시인




쉽게 씌여진 시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 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럽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윤동주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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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박남춘 2017.03.30 08:10
옛생각에잠겨포근하고따스한엄마모습도보았습니다일흔이가까운노인에게주는값진선물감사합니다
권 나경 2017.03.30 08:59
학창시절 생각도 나고 부모님 생각도 나네요...오늘 하루도 감사합니다~~~
이 경숙 2017.03.30 09:04
감사합니다
남명화 2017.03.30 09:07
남명화
남명화 2017.03.30 09:07
감사합니다
mili 2017.03.30 09:13
지나간여고시절아스라이떠오르내요
신호기 2017.03.30 09:52
학창시절....그립네요,친구도 궁금하고...
오호진 2017.03.30 09:56
행복하세요
박희달 2017.03.30 10:10
즐 감~~^^
수빈0 2017.03.30 10:40
옛날이 그리워집니다
영의정 2017.03.30 11:03
감사합니다
asdf 2017.03.30 11:13
좋아요^^
진미옥 2017.03.30 12:03
asdf asdf asdf asdf
이해웅 2017.03.30 12:23
진미옥 ? 내가 아는 그이름 인가? 학창시절 동창생!! 아니면 동명이인~~ 암튼 잊고 있던 학창시절 그이름 정겹긴 하네!
GUEST17218 2017.03.30 12:25
별이된 친구가 간절히 보고 싶습니다
박현실0 2017.03.30 12:46
그시절의 감정이 느껴네요~~~ 감사합니다
정근남 2017.03.30 13:11
감사 추엌이 새록 새록 향수에 빠지네요ㆍ
최희영 2017.03.30 15:01
김순희
GUEST70819 2017.03.30 15:39
예날이 그리워 지내요
단성천 2017.03.30 15:56
좋은글 감사합니다
자성화 2017.03.30 19:12
천사가 되어 날아간 그 아이가
이화미 2017.03.30 20:02
좋아했던 시~ 옛날 생각이 나네요~ 감사합니다~♡
내일또내일 2017.03.30 20:38
즐감.감사합니다
문희 2017.03.30 21:05
저두 유난히 윤동주 시인의 글을좋아했던 여학생이였지요. ㅎㅎ. 오늘감회가 깊네요.
GUEST22909 2017.03.30 21:31
학창시절이 그리워요 돌려줘요 세월이여 ~나의 청춘 ~♥ ♥ ♥
조정혜 2017.03.30 21:48
감회가 새롭네요.좋은글 감사 합니다.
박화서 2017.03.31 02:21
자화상 그곳에 있는거 같아요 조용한 시골에 작은두레박이있는 달빛가득한 그곳
배정숙 2017.03.31 04:37
조은시 감사합니다~~^)^
성춘향 2017.03.31 09:35
야고보 2017.03.31 16:15
좋은 시 감사합니다.
권복희 2017.03.31 20:17
너무나행복한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정옥 2017.03.31 20:34
시대의 아픔을그린시라고 늘외우고했는데 나이들어다시읽어보니감정이 사뭇다르네요 그리운 엄마가오늘따라무척 몸서리치도록 보고프네요글감사해요~~
(대명화)원선호 2017.03.31 21:18
학창시절 읊조리던 그시절 느낌 더욱 가슴에 몆번을 읽어도 헤아림이 커지는글 공감 공유합니다 감사합니다
황성일 2017.03.31 21:50
시를 읽고 있노라니 가슴 한켠이 허전하며 그시대 지성인의 고뇌가 느껴지네요. 감사합니다
GUEST81096 2017.04.07 22:02
윤동주
류순열 2017.04.09 13:30
좋은시 감사합니다~
전병열0 2017.04.12 21:24
가슴이저며오네요- 아런한옛시절이....
j2won 2017.05.19 20:03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가장 아름다운 단어의 조합
수산나 영심이 2017.06.06 07:30
고맙습니다! 애쓰셨습니다~~ 행복하신 오늘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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