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록이 익어가는 푸른역 벤치에 앉아 / 조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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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록이 익어가는 푸른역 벤치에 앉아 / 조소영 


1.

사람들은 각자의 그리움을 안고 살고

사람들은 각자의 사연들을 껴입고 살며 때로 지치고 의지할 곳 없었던 지난 날 


삶은 윙윙 울어대던 바람 곳 상념의 들판에서

무심한 듯 사람들은 해조음처럼 아련하게 씨앗을 뿌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눈물나는 고통에 갈 곳 잃어도 애처롭고 쓸쓸한

팍팍한 삶 속 별빛의 신비로움은 햇살 부자가 되고 

봄비 대지를 적시니 봄바람을 타고 

새봄 겨울보리 파랗게 오롯이 살아 남아 

사랑처럼 오늘 사람들을 향해 더 파릇파릇 푸르러라

  

쏴아아 쏴아아 하늘 바다에 풍덩 빠진 날


지난 움추렸던 새소리 바람소리 보리피리 소리는

어느 사이 산으로 들로 삶으로 나목으로 부지런하게 꽃을 피우고 푸른 열매를 맺고 연두빛 진초록으로 짙어가고 사람들을 향해 손짓합니다


2.

누구나 시인이 되는 신록의 계절

나는 꽃사슴을 닮은 이팝나무 흐드러진 꽃을 보다가

가난한 이웃들을 생각하고 그들을 위한 

고봉밥을 생각하고 느루 먹던 시절을 생각하고 시와 시인들을 생각하고 별들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는 푸른역 벤치에 앉아 시를 씁니다 

즐겨 부르던 노랫말처럼 이토록 아름다운 계절에 

또 무엇이 시인의 마음을 흔드는가요


사람들은 때로 삶 속 보드라운 공간을 어루만지기도 

하고 사람들은 때로 삶 속 상처를 핥기도 하면서 

무엇으로 인한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사람들은 때로 

삶 속 까끄라기에 찔려도 참아 내야 하는 까닭을 

잘 알기에 그것 또한 사랑처럼 기다림에 대한 순리의 삶이며 고운 청록의 마음입니다


어지러운 역병의 시국에도 나라는 온통 초록 물결로 일렁이고 별들은 부활하고 교향곡의 

박수갈채는 아름다운 풍경에 위로를 담으니 

사람들 마다에 무언가의 그리움도 푸른역에 닿으리라  


청록이 익어가는 푸른역 벤치에 앉아 

나는 가슴 시린 사람들을 생각하고 그리움의 보따리도 펼쳐보고 가난한 이웃과 나의 사랑하는 별들을 

생각하고 마치 아무 할 일도 없는 것처럼 

나는 지금 이 순간 아무 걱정도 없이 시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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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Guest972468님의 댓글

  • Guest972468
  • 작성일
신록의 계절에 시인이되어 좋은글에 감사합니다.

청초록님의 댓글

  • 청초록
  • 작성일
아무걱정없이 감사합니다.^~^

Guest953445님의 댓글

  • Guest953445
  • 작성일
하늘에서 맺져준 천생연분인 우리두사람
비롯 몸은 잠시 떨어져
있지만  냇물이 쉬엄없이
바다로 향해흘러가고
언제가는 바다물과 합류가되고 만나듯이
당신과 나 하늘 에서
맺져준 부부 인연
비롯 잠시 떨어져
있지만 때가 되고
만나야 시기가 되면
부부로만나야될
우리두사람
부부에  운영인
우리 두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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