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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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가능하다면 꽃밭이 있고,
가까운 거리에 숲이 있으면 좋겠어 
개울 물 소리 졸졸거리면 더 좋을 거야


 



잠 없는 나
당신 간지럽혀 깨워
아직 안개 걷히지 않은
아침 길 풀섶에 달린 이슬 담을 병 들고
산책해야지 삐걱거리는 허리 주욱 펴 보이며 
내가 당신 “하나 두울~” 체조시킬 거야


 



햇살이 조금 퍼지기 시작하겠지 
우리의 가는 머리카락이 은빛으로
반짝일 때 나는 당신의 이마에 오래
입맞춤하고 싶어 사람들이 봐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


 



아주 부드러운 죽으로
우리의 아침 식사를 준비할 거야 
이를테면 쇠고기 꼭꼭 다져넣고 파릇한
야채 띄워 야채죽으로 하지 깔깔한 입 안이
솜사탕 문 듯 할 거야 이 때 나직히 모짜르트를 울려 놓아야지


 



아주 연한 헤이즐럿을
내리고 꽃무늬 박힌 찻잔
두 개에 가득 담아 이제 잉크
냄새 나는 신문을 볼 거야 코에
걸린 안경 너머 당신의 눈빛을 읽겠지

눈을 감고 다가가야지
서툴지 않게 당신 코와 맞닿을 수 있어 
강아지처럼 부벼 볼 거야 그래 보고 싶었거든


 



해가 높이 오르고
창 깊숙이 들던 햇빛 물러 설 즈음 
당신의 무릎을 베고 오래오래 낮잠도 자야지 
아이처럼 자장가도 부탁해 볼까

어쩌면 그 때는
창 밖의 많은 것들 
세상의 분주한 것들
우리를 닮아 아주 조용하고 아주 평화로울 거야


 


♣♣♣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당신의 굽은 등에 기대 울고 싶어
장작불 같던 가슴 그 불씨
사그러들게 하느라 참 힘들었노라 
이별이 무서워 사랑한다 말하지 못했노라 
사랑하기 너무 벅찬 그 때
나 왜 그렇게 어리석었을까 말할 거야


 



겨울엔 당신의
마른 가슴 덥힐 스웨터를 뜰 거야 
백화점에 가서 잿빛 모자 두 개 사서
하나씩 쓰고 강변 찻집으로 나가 볼 거야
눈이 내릴까...


 



봄엔 당신
연베이지빛 점퍼 입고 
나 목에 겨자빛 실크 스카프 메고 
이른 아침 조조 영화를 보러갈까?
"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같은.....


 



가을엔 희끗한 머리 곱게 빗고
헤이즐럿 보온병에 담아들고
낙엽 밟으러 가야지
저 벤치에 앉아 사진 한 번 찍을까
곱게 판넬하여 창가에 걸어두어야지
그리고 그리고 서점엘 가는 거야 
책을 한아름 사서 들고 서재로 가는 거야

 - 황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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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4

kklyh님의 댓글

  • kklyh
  • 작성일
<p dir="ltr">좋다아~~♡♡</p>

레인향기님의 댓글

  • 레인향기
  • 작성일
<p dir="ltr">사랑하기 너무 벅찬 그런사람이 되면 어떨까요?</p>

GUEST13503님의 댓글

  • GUEST13503
  • 작성일
<p dir="ltr">너무좋다<br>
감사합니다</p>

GUEST4802님의 댓글

  • GUEST4802
  • 작성일
<p dir="ltr">정말 멋진 글 이네요</p>

GUEST14465님의 댓글

  • GUEST14465
  • 작성일
<p dir="ltr">좋은 글 즐감 하고 갑니다</p>

GUEST14459님의 댓글

  • GUEST14459
  • 작성일
<p dir="ltr">정말노나도그러고싶다</p>

kim 영미님의 댓글

  • kim 영미
  • 작성일
<p dir="ltr">이렇게 살고싶다~^^</p>

임숙영님의 댓글

  • 임숙영
  • 작성일
<p dir="ltr">멋져요</p>

JENNY ZHU님의 댓글

  • JENNY ZHU
  • 작성일
<p dir="ltr">나도&nbsp; 그렇게 살고싶네요~~</p>

박순복님의 댓글

  • 박순복
  • 작성일
<p dir="ltr">ㅇ</p>

다짐이님의 댓글

  • 다짐이
  • 작성일
<p dir="ltr">인생의 흐름속에 깊이 파묻혀버린 우리의 평온한 삶을 그려보고픈 글 속의 아쉬움 을 남기는것 갇읍니다</p>

대게왕국《중매인27대게유통》님의 댓글

  • 대게왕국《중매인27대게유통》
  • 작성일
<p dir="ltr">멋지네요</p>

대게왕국《중매인27대게유통》님의 댓글

  • 대게왕국《중매인27대게유통》
  • 작성일
<p dir="ltr">그렇게 살수만 있다면</p>

늘내가슴속에있는당신님의 댓글

  • 늘내가슴속에있는당신
  • 작성일
<p dir="ltr">내도그리살아도되나요</p>

유니님의 댓글

  • 유니
  • 작성일
<p dir="ltr">이렇게 살고싶은 사람있지않을까..차암 아름답다</p>

푸른솔님의 댓글

  • 푸른솔
  • 작성일
<p dir="ltr">엇쑤 엇쑤 엇쑤이렇케 추임새가 ㅎ ㅎ ㅎ</p>

김홍매님의 댓글

  • 김홍매
  • 작성일
<p dir="ltr">나도 이렇게 살고싶네요.</p>

영광부동산.대표 박호숙님의 댓글

  • 영광부동산.대표 박호숙
  • 작성일
<p dir="ltr">넘 감동 입니다 </p>

GUEST4295님의 댓글

  • GUEST4295
  • 작성일
<p dir="ltr">모습도 감성도&nbsp; 세월에<br>
뺏기고 싶지 않은데...</p>

전영신님의 댓글

  • 전영신
  • 작성일
<p dir="ltr">정말 그럴수있다면.....그러구싶다!</p>

김수복0님의 댓글

  • 김수복0
  • 작성일
<p dir="ltr">누가나와갓히갈사람찻고잇으요</p>

GUEST46961님의 댓글

  • GUEST46961
  • 작성일
<p dir="ltr">정말 나도저렇게살고싶어라~</p>

똑수님의 댓글

  • 똑수
  • 작성일
<p dir="ltr">나이듦에 와닿는 내용이네요!</p>

이종훈0님의 댓글

  • 이종훈0
  • 작성일
<p dir="ltr">봄이느껴지네요</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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